방송국 예능 PD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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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방송국 예능 PD를 소개합니다!

 

김태호, 나영석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감이 잡히시죠? <무한도전>과 <삼시세끼>를 연출한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PD들입니다. 과거 PD들은 방송 안에서 프로그램 제작에만 열중했지만 이제는 연예인만큼 유명한 분들도 많은데요. ‘어떤 PD가 연출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라질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인지 PD를 꿈꾸는 학생들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등쌤과 함께 방송국 PD를 만나보려고 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채널A 2년차 PD 김혜인입니다. <돌직구쇼>, <압도적7>를 거쳐 현재는 개그맨 김국진씨와 이지애씨가 진행하는 <두근두근 감동카메라 ‘미사고’>라는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채널A는 시사교양과 예능 PD가 구분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시사교양에서 예능을 오가는 것이 타 방송사에 비해 자유롭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침 뉴스를 전달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맡았지만 그 다음에는 개그맨 컬투 정찬우, 김태균씨가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어요.

 

▲김혜인 PD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

 

 

PD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PD는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 등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PD의 하루 일과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어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녹화하는 날에는 촬영, 가편집, 종합편집 및 자막, 믹싱 작업 순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믹싱 작업은 배경음악이나 나레이션을 넣는 거예요. 작업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밤을 새서 일하는 경우도 많고요. <압도적7>을 연출할 때는 하루 3시간 밖에 자지 못했어요.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죠?


예능 PD와 시사교양 PD는 어떻게 다른가요?

최근에는 예능과 시사교양의 경계가 흐릿해 졌어요.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해요. 주변 선배들만 봐도 관심사부터 다르더라고요. 몇 년을 시사교양 PD, 예능 PD로 생활한 분들은 생각하는 구조나 제작 방식도 달라요. 예를 들어, 예능 프로그램 제작 회의는 PD와 작가들이 다같이 수다를 떠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위해서 ‘요즘 어떤게 재미있을까’식의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다가 그중 괜찮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기획하는 거예요. 그리고 재미를 가장 중점에 둬요. 방송을 편집할 때도 재밌는 요소를 많이 살리려고 하죠. 반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논리의 미학’이에요.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게 핵심이죠. 그러다 보니 회의나 편집하는 방식도 전혀 달라요. 


PD가 되려면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해야 하나요?

저는 경영학과를 전공했는데요. 방송국 PD가 되는 것과 대학 학과는 상관없어요. 선배들의 경우에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많긴 하지만 공대 출신도 있고 다들 전공이 다양해요. 무엇보다 요즘은 기자나 PD의 전문성을 말하는 시대입니다. PD가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제너럴리스트라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분야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는 것도 정말 좋은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나영석 PD가 연예인을 활용한 휴먼 예능에 능력을 보이는 것처럼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라면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고등학생 때부터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면 좋겠네요. 그 관심을 살려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관련 학과도 진학하면 더 좋겠죠?

 


청소년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청소년기 꿈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았고, 또 자주 바뀌었어요. 대신 무엇이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해도 될까요? 대학교 4학년 때 PD라는 진로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심리학에 매진했어요. 학교 수업도 많이 듣고요. 

특히 미국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대학 부설 심리학 연구소 인턴을 한게 큰 도움이 됐어요. 1년간 알콜 및 약물 중독으로 인해 심리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100명 넘게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실험을 진행했어요. 낯선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도 배우고, 짧은 시간 안에 인터뷰를 해야 하다보니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이다’는 파악도 빨리 되더라고요. 단순하게는 심리학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도움될 것 같아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잖아요. 심리학이 그들의 심리를 읽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한가지 더, 대학에서는 논문이나 다양한 글을 쓸 기회가 많아요.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논문의 경우 ‘ABCD의 이유로 이 가설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진행되잖아요. 그리고 제작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엮어서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이고요. 형식이 다르지 않죠? 그래서 글쓰는 훈련도 중요해요. 방송사 PD 공채 과정에서 글쓰는 능력을 보는 것도 그 이유고요. 

PD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PD가 되기 전에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매일 쏟아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한 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해요.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과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협동력이나 친화력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많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할까요.

프로그램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필요한 인원만 따져도 PD, 카메라감독, 작가 등 적어도 3, 40명이 넘어요. 예를 들어 <런닝맨>같은 대형 예능 프로그램은 100명이 넘을거예요. 그런 사람들과 잘 소통하면서 일을 하는게 중요해요. 특히 저는 연차가 낮은 PD잖아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카메라 감독님은 2, 30년 경력을 가진 분들이에요. 그분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죠.

두번째는 끈기입니다. 방송국에 입사했다고 해서 모두가 잘 아는 김태호, 나영석 PD처럼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힘들거든요. 최소 3~4년의 조연출 기간을 거쳐야 제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입사 초반에는 너무 일이 힘들어서 ‘내가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을 모두 이겨내야 진짜 PD가 되는거죠. 그 끈기를 갖는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PD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만들 순 없는 것 같아요. 그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경험이 필요해요.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를 연출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만약 어떤 모델들이 유명하고, 모델들이 디자이너 쇼에 서기 위해 평소에 어떤 준비를 하는지 등 그들의 세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면 과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알고 있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뚝딱하고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충분히 배워가면서 만들 수도 있죠. 그러나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녹여내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막연한 답이긴 하지만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느끼세요. 그게 가장 줗아요. 가장 손쉽게 남들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단연 책 읽기죠. 저는 심리학 다큐를 제작하고 싶어서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빼놓지 않고 책은 읽고 있습니다.

아직 2년차 PD라서 ‘방송은 이렇다, PD는 이렇다’ 말하기는 부끄럽네요. 대신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고자 노력했어요. 직간접적으로 ‘최대한 많은 경험’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여러분을 몇 년 뒤에는 후배로 만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밤 새가면서 열심히 만드는 제 프로그램도 많이 시청해주세요! ^^    

[출처] 프로듀사 속 주인공, 방송국 예능 PD를 소개합니다!|작성자 천재이야기 일등쌤